밴드 웨터(wetter)의 첫 영국, 그리고 가장 처음의 영국 투어. 지난 5월 초부터 약 한 달간의 영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웨터의 모습과 닮아있고, 그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기도 한 영국 그리고 그들이 경험한 영국 음악에 대한 이야기.
인터뷰 / poohdo(@poohdo)
사진 / 홍태식(@mamanze), 최원빈(@chwvin, @isawyouandme)
장소 / 홍대 플라스틱 파크

THE B-SIDE MAGAZINE(이하 TBM) : BRITISH SUBCULTURE로는 짧은 인터뷰를 했었지만, The B-Side Magazine으로는 처음이에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원빈) 웨터에서 노래하고 있는 최원빈입니다. 반갑습니다.
지훈) 웨터에서 베이스 치는 정지훈입니다.
진혁) 드럼 치는 허진혁입니다.
지호) 기타 치는 채지호입니다.
TBM : 영국 전체 일정은 약 한 달, 그리고 투어는 약 3주 정도였던 것 같아요. 첫 영국 투어 그리고 한 달간의 긴 일정이었기 때문에 아직 여운이 남아있을 것 같아요.
원빈) 하늘부터 대지까지 그리고 길 밖으로 보이는 풍경부터 모든게 너무 달랐어요. 얘(지훈)는 지금 거의 향수병에 걸려있고요.
(일동 웃음)

원빈) 그런데 사실 저희는 영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걱정도 많이 했어요. 저희가 영국의 문화 그리고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이렇게 이뤄 냈는데, 우리가 별로인 것처럼 보일까봐.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인종차별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전혀 느끼지 못했고요.
TBM : 5월 4일 리버풀을 시작으로 18일의 웨일스까지, 꽤 먼 거리를 다니며 그야말로 영국을 투어 했어요. 이동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고 즐거운 일도 있었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나요?
지훈) 길퍼드(Guildford)가 기억에 남아요.
원빈) 에이전시의 패트릭이 그런 비유를 많이 들어줬어요. ‘여기는 영국의 수원이야’, ‘여기는 은평 뉴타운이야!’와 같은. (웃음)
지훈) 그리고 투어의 초반이었거든요.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원빈) 그리고 런던의 배 위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우주(Wooze)의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에이전시 그리고 우주 멤버들이 함께하는 그야말로 ‘영국 홈 파티’가 열렸어요. 진혁이와 지호는 숙소로 돌아가고, 저희(원빈과 지훈)도 숙소로 갔어야 했지만,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미 새벽이었고, ‘아 더 놀고 싶다.’라는 마음이었지만 사실 그날 저녁에 브릭스턴의 윈드밀(The Brixton Windmill)에서 공연이 있었어요. 유서 깊은 곳이고, 얼마나 중요한 공연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 파티의 분위기도 더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때 거의 밤새우다시피 했는데 이후에 좀 힘들긴 했어요.
지훈) 배 위에서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한 여성분이 자신의 핸드폰 메시지를 하나 보여줬는데, 그 메시지 대상이 블러(Blur)의 그레이엄 콕슨(Graham Coxon)인 거에요. 그레이엄에게 그날 우리 공연 영상을 보내줬는데, ‘얘네 누구야, 쩌는데?’라고 답이 온거에요. 그런데 그 순간 그 여성분 남편분이 오셔서 갑자기 데려갔어요. 그래서 사실 그 메시지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웃음)

원빈, 지훈) 윈드밀에서 공연했을 때는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의 두 아들을 보기도 했어요. 너무 신기해서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술 취한 느낌으로)너네는 오아시스 노래 중에 뭐가 제일 좋아?’라고 물으면서 다가가더라고요. 그런 광경이 좀 신기했어요. 그들을 연예인으로 바라보는 시선 같은 건 없는 것 같았어요.
TBM : 영국에서의 첫 공연. 리버풀, 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왜냐하면 음악가들에게 리버풀이라는 단어 자체나 도시가 환기하는 어떤 이미지가 있잖아요.
원빈) 그냥 관광지 같은 느낌? 저희가 유럽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까, 리버풀이라는 도시가 주는 어떤 특정한 느낌보다는 그저 유럽의 도시라는 느낌이 더 강했어요.


지훈) 오히려 새로울 것 없는, 이후에 간 런던에 비하자면 뭔가 날 것의 느낌 혹은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었어요. 비틀즈 투어 등이 있는 관광객이 많은 지역과는 달리 도시의 더 깊은 곳에서는 그런지(Grunge) 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원빈) 참가했던 ‘리버풀 사운드 시티(Liverpool Sound City 2019)’에서도 독특한 인상을 받았어요. 딱 정해진 공연장에서만 공연하는 게 아니라, 펍에서도 하고, 옷가게나 빈티지 샵에서도 공연하더라고요. 그리고 공연장이 아닌 교회에서 하는 공연도 갔었는데, 거기서 파는 맥주 이름이 ‘Hells’였어요. 그걸 보면서는 괜히 부러운 거에요. ‘이게 안 될 게 없는 건데.’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가 모든 걸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들더라고요.


TBM : 이후에는 영국 런던 베이스의 밴드 우주(Wooze)와도 많은 시간을 함께했어요. 이미 서울과 부산에서도 함께 했고, 이번 투어 중에 올라온 사진으로도 그 케미를 확인한 팬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영국에서 두 팀이 만났을 때 그 느낌이 어땠을지 궁금해요.
지호) 원래는 저희의 첫 공연을 우주가 스케줄 상 볼 수 없는 일정이었어요. 그런데 저희 공연이 지연됐고, 시작하려는 순간에 빨간 머리 애(테오 스파크)가 저희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던 건지 앞으로 나오더라고요. 우주와는 한국에서 부산 그리고 서울에서 만났을 때부터 너무 가까워지기도 했지만, 이번 첫 영국 투어를 앞두고 저희가 연락할 때마다 긴장도 풀어주고, 영국에 도착한 이후에도 여러 면으로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원빈) 우주와 만나게 해주시고, 이번 영국 투어를 진행해주신 하이징스(highjinkx) 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BM : vlog를 통해서도 그런 점이 잘 보였던 거 같아요. 두 팀은 잘 어울리는 팀이고 음악 스타일도 그렇지만, 또 멤버 각자가 주는 분위기나 밴드 자체가 발산하는 이미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TBM : 우주 외에, 영국 투어 중 눈여겨본 팀이 있었나요?
지훈) 리버풀에서 봤던 셰임(Shame)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브라이튼의 ‘The Great Escape 2019’에서 본 비아그라 보이즈(Viagra Boys). 보려고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볼 수가 없었어요.

원빈) 저는 스퀴드(Squid)가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생각나는 건, 한 2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에 (이미 사람이 다 들어가고) 300명이 줄을 서 있어요. (일동 웃음) 그런데 사람들이 그냥 대화하면서, 공연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간을 잘 보내더라고요.

TBM : 국내에서는 밴드 단위의 공연이 많이 줄고 있고, 유행하는 힙합이나 아이돌 음악이 대세잖아요. 반면에 영국에서는 펑크를 비롯한 밴드 신(scene)이 부활하고 있고, 웨터는 그런 현상을 영국 현지에서 느꼈을 텐데, 그 이후 취하고자 하는 웨터의 방향성이나 고민이 있나요?
지훈) 투어 중에 그런 생각과 고민을 많이 했어요. 투어가 진행되고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영국에서 다시 부흥하고 있는 신(scene)의 밴드들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아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한국에 도착하고 나니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원하는 건 분명히 있지만, 한국에서의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겠구나 하는?
원빈) ‘이제는 (밴드 음악을 많이 듣는) 그런 시대가 아니구나!’하고 느끼기도 했던 것 같아요. 영국에서는 밴드 음악을 멋있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시선만 있지는 않으니까. 리버풀에서부터 멤버들과 그런 생각과 고민을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런 시간이 되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TBM : 웨터는 결국 후에 돈이 되는 음악을 하게 될까요, 아니면 원하는 음악을 계속하게 될까요.
지훈) 결국 돈보다는 원하는 음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TBM : 이번 투어는 리버풀이나 웨일스에서의 페스티벌 참가도 있었지만, 런던과 사우샘프턴 그리고 레딩에서는 펍 혹은 클럽 공연도 있었어요. 뻔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의 클럽 공연과 비교한다면 뭐가 달랐나요?
지호) 한국과 영국 모두 굉장히 열광적인데, 영국은 사람 대 사람이라는 느낌이 좀 더 강했달까요.
원빈)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면 영국에서는 같은 공연이어도 파티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리고 영국 사람들은 대화를 좋아하고 대화의 방법을 너무 잘 아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공연 후에 저희에게 하는 질문 하나하나 모두 흥미로웠거든요.


지훈) 맘에 들면 너무 따뜻하게 다가오면서 ‘오늘 좋았다.’, ‘고마워.’, ‘클래식한 록(Rock)을 덕분에 오랜만에 들었다.’는 등 좋은 반응이 있었지만, 공연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던 사람들은 끝나고 나서 욕(You S**k)을 서슴지 않더라고요.
원빈, 지훈, 지호) 관객들의 반응 외에도, 악기부터 앰프, 리버풀에서는 심지어 라인(케이블)까지 챙겨야 했어요. 엔지니어분이 신경을 잘 써주고, 사운드도 꼼꼼하게 잡아주기는 하지만, 드럼부터 기타까지 다 자기 장비로 공연을 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많은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장비를 쓰기 때문에 그 종류가 다양해도, 엔지니어가 어려움 없이 세심하게 서포트해 줄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TBM : 웨터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댓글 창의 꽤 많은 지분을 해외 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영국에서도 현지의 많은 팬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나요?
원빈) 런던에서 많았던 것 같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시마다 너무 달랐던 것 같아요. 런던에서는 대학생 친구들이 한국 밴드가 온다고 하니 응원하고 싶어서, 우리에 대해 잘 모르는데도 와 준 친구도 있었고요.

TBM : 짧은 기간이지만 공연 일정이 투어 기간에 비해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기간에 현지에서 웨터는 공연 준비를 어떻게 했나요?
진혁) 매 공연이 연습이었어요. 투어 기간에는 거의 매일 공연이 있었다 보니 공연이 연습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지훈) 원래는 영국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에 합주 계획이 있었어요. 그런데 안 하고 그냥 리버풀 가서 했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웃음)

TBM : 투어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있었어요. 그 기간에 웨터는, 멤버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원빈) 처음 가는 유럽이고 영국이다 보니, 투어 중 사진을 담당한 홍태식 군이 가기 전부터 미리 계획을 다 해둬서 좋은 곳에서 시골 여행을 하다 왔어요.
지호) 우주(Wooze)의 집에서 쉬면서 쌓여있던 LP를 듣다가 우연히 플라이트(Flyte)라는 팀을 알게 됐어요. 보컬들의 화음이 인상적인 팀이에요.

TBM : 웨터는 국내 밴드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생산해내기로 유명해요. 이런 것들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계획 하에 진행되는 것인지 궁금해요. 그리고 이렇게 꾸준히, 많이 생산해내는 이유는 뭘까요?
원빈) 모두 계획에 따라 진행돼요. 친구이자 비주얼 디렉터인 홍태식 군과 모든 작업물을 상의해서 진행하고요. 팬들에게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콘텐츠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TBM : 이번 The B-Side Magazine 인터뷰를 통해 투어 사진 중 B-cut들을 공개하기로 했어요. B-cut의 선택 기준이 있었나요?
원빈) SNS에 이미 공개된 사진들은 공연 소식을 알리기 위함이 대부분인데, 이번에 공개할 B-Cut들은 이동 중에 좋았던 곳들, 멤버들끼리 즐거웠던 순간들, 그리고 그곳에서 눈에 띄었던 재밌었던 디테일이 담긴 사진들이에요. 대부분은 홍태식 군의 사진들인데 우리들은 생각하는 게 비슷해서 사진 선택에 이견은 없었어요. 그리고 저도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몇 장 공개하려고 해요. 아직 디지털 현상은 안 했는데 기대하고 있어요.
TBM : 마지막 질문이에요! 웨터 멤버들의 B-Side 곡은?
지호) Flyte – Victoria Falls
원빈) Fontaines D.C. – Chequeless Reckless
진혁) Blur – Go Out
지훈) Edwyn Collins – A Girl Like You
Flyte – Victoria Falls
Fontaines D.C. – Chequeless Reckless
Blur – Go Out
Edwyn Collins – A Girl Lik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