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운드 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몇가지 생깁니다. 첫째로, 육중한 소리를 뿜어내며 울리는 스피커를 하이와 로우, 이렇게 두가지 정도의 음역대 별로 나누어 설치를 했던 사운드 시스템을 세가지로 나누면서 체감 온도가 더욱 압도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기존 2웨이로 나누었던 것을 3웨이로 나누기 시작하여, 레게와 덥에 특화시켜 제작한 프리앰프 Pre Amp 혹은 덥 앰프 Dub Amp라 불리우는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했지요. 기존에 쟈 샤카 Jah Shaka가 자기 몸에 맞게 규격화된 시스템이 보편화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많은 곳에서 쓰이는 로터리 믹서를 알고 계신 분은, 그것의 많이 디테일한 버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Pre Amp들 사진입니다. 특정 음역대를 강조하는 필터나, 이펙팅을 위한 샌드와 리턴, 아이졸레이터, 킬 스위치, 사이렌 머신과 같은 특수 사운드를 내기위한 외부 입력, 마이크 입력 등, 레게에서 많이 쓰이는 것들을 한데 모아 특화 시켰던 것이지요.
18인치(46cm) 스피커 유닛을, 그에 맞춘 백 로드 Back Road형태로 제작 된 박스에 끼워 넣어 저음역대를 공격적으로 만들고, 12인치(30cm)나 15인치(38cm) 유닛을 넣은 베이스 리플렉스Bass Reflex로 로-미드레인지를 풍부하게 하거나, 혼으로 뚜렷한 미드레인지, 그리고 트위터나 혼 등으로 고음 역대를 잡아, 기존 곡의 하이햇을 포함한, 쇠소리를 매우 날카롭게 표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JBL이나 Altec과 같은 기업들도, 70~80년대 자메이카나 영국에서 제작한 사운드 시스템의 설계를 모토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앞서 말씀드린 프리 앰프에 음역대별 필터를 도입하여, 각 곡마다 갖고 있는 특유의 음역대를 강조하거나, 특정 음역대의 사운드를 본인 입맛에 맞게 디자인 할 수 있었던 것이죠. 덥 믹스 Dub mix를 할 때 사용하는 장비들도 함께 쓰면서, 덥이 들어가있는 음반을, 채널별이 아닌 음역대별로 나누어 다시 한번 간이로 덥을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말이죠.
사운드 시스템 로우 Low 박스의 엔클로져 Enclosure. 설계도와 스피커 유닛을 넣기 전 박스의 사진입니다. 유닛 마다의 특성을 파악하여 스피커 박스를 디자인하여, 유닛이 갖고 있는 장점과 레벨 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게 하였죠.
위와 같이, 같은 곡을 틀어도 트는 사람의 성향과 사운드 시스템의 성향에 따라 청자들의 곡의 해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는 사운드 시스템에서 만들어낸 훌륭한 문화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대에 밴드가 올라가 진행하는 라이브 세션과는 감각 자체가 다르지만, 집에서 스피커로 듣던 소리와는 다른 사운드가 나왔기 때문에, 급속도로 레게가 발전 했던 것도 있지요. 볼륨으로 승부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집에서 들을 수 없는 압도적인 소리를 즐기려면 이벤트가 있는 곳에 가야만 했거든요. 집에서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도 현실이었구요.
각 지역의 라디오 스테이션 역할을 담당했던 사운드 시스템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모였고, 점점 규모가 커져, 영국 거리의 분위기 자체를 바꿔 놓기도 하였죠.
어찌됐든 많은 사운드 만 Sound man들이 샤카의 스타일을 도입하여 1970년대 말부터 루츠레게의 부흥기가 시작이 됩니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밴드, 그리고 믹싱 엔지니어들 (레게에는 덥와이져 Dubwiser라는 파트가 있어, 덥 Dub을 하는 사람이 전체적인 사운드 역시 믹싱을 하여 매듭을 짓습니다) 이 사운드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를 의식하여 음반 제작을 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기도 하구요. 그리고 루츠레게 뿐만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장르 혹은 다양한 레게의 스타일을 플레이하는 사운드 시스템도 우후죽순 생기게 됩니다. 그중, 자메이카에서 실시간으로 영국으로 유입되는 댄스홀 스타일을 도입하여 DJ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마이크를 잡는 MC를 Deejay디제이라고 하고, 디제이를 셀렉타 Selector라고 부릅니다) 의 비중을 더욱 키운 럽어덥 스타일 Rub-A-Dub Style을 영국에 빠르게 유행 시킨 색슨 사운드 Saxon Sound 크루가 80년대 영국산 사운드 시스템 씬의 폭을 더 넓게 만듭니다. 드레드를 하고 진지한 눈을 하고 있는 라스타들의 산물로 여겨지고 있던 사운드 시스템 씬이, 좀더 패셔너블하고 위트있는 가사를 부르는 옷차림도 다소 젊어진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하여,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거든요.
기존에 마이크를 잡고 플레이를 하며 아티스트와 곡의 메세지를 설명하거나 인스트루멘탈이나 덥버젼을 을 틀고 노래를 하는 방식은 그대로였으나, 댄스홀 스타일의 럽어덥은 힙합의 유행과 맞물려 젊은 사운드를 표현하기에도 충분했습니다. Deejay도 우후죽순 늘어나게 되었지요.
뉴욕의 브롱스 Bronx에서도 빠르게 받아들여, 소울과 힙합, 레게를 플레이하는 사운드 시스템 크루가 블럭파티를 하기 시작했구요, 시카고에서는 하우스, 베를린에서는 테크노 등을 사운드 시스템을 통하여 소리를 내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스피커를 쌓아 올려 플레이하는 일반 PA시스템과는 다른, 위에 잔뜩 적어놓은 그 사운드 시스템 스타일 말이죠. 영국에서는 90년대에 접어들어서 정글 Jungle이나 소위 브리스톨 Bristol 베이스 뮤직이라 알려진, 덥 Dub으로 대전제가 뚜렷하게 묶이는 장르들을 필두로 사운드 시스템 씬이 더욱 보편화가 되지요. 이 부분은 마지막 4회에서 더욱 심도 있게 다뤄볼까 합니다. (사진도…)
본토 자메이카에서 시작한 사운드 시스템의 이론이, 영국에서 뿌리를 내려, 산업화/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인종차별이 난무하는 먼 땅에서 더욱 뚜렷한 오리지널리티를 갖추어 발전을 했고, 현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여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유럽 전역에서 매주마다 취향에 맞는 이벤트에 골라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에도 그 씬이 깊숙이 침투하여, 전국 어디를 가도 사운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구요. 하루빨리 한국도……
– 목차
UK SOUND SYSTEM STORY ① 태동과 흐름
UK SOUND SYSTEM STORY ② 부흥과 발전
UK SOUND SYSTEM STORY ③ 영국내 사운드 시스템 최고의 부흥기
UK SOUND SYSTEM STORY ④ 타 UK발 장르에서의 영향력과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