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요크(Thom Yorke)의 첫 영화 음악. 이미 수 편의 영화 작업을 해봤을 것 같은 그이기에 ‘첫’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만, 사실입니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프런트 맨 톰 요크가 참여한 첫 영화 음악이 올 하반기 개봉된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 감독의 신작을 통해 공개 됐습니다. 영화는 1977년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 감독의 동명 원작 [서스페리아(Suspiria)]를 리메이크한 2018년 버전의 [서스페리아]로, 무용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 호러 영화입니다.

영화는 지난 9월 베니스 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습니다. 톰 요크 역시 음악 감독으로서 출연진 및 감독과 함께 영화제에 참석했고, 인터뷰에도 참여하여 영화 음악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구상하는 데만 해도 몇 개월을 보냈다는 톰 요크.

그는 아무래도 ‘77년의 원작에 관해 부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여전히 호러 영화의 레전드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음악 작업을 했던 이탈리아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고블린(Goblin)의 결과물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톰 요크는 영화 음악 쪽으로는 아무런 경력도 없는 그에게 이런 전설적인 원작이 남아있는 영화의 음악을 맡기려 하는 관계자들을 두고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톰 요크는 아무래도 그런 부담에 거절하고 싶었겠지만, 곧 후회하게 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제의를 수락했고, 당시 고블린이 작업했던 결과물을 그대로 좇기보다는 2018년 버전의, 톰 요크 버전의 서스페리아 사운드트랙을 창조해 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은 이전의 솔로나, 라디오헤드에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던 방식과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는 고블린의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70년대 베를린 그리고 크라우트록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는 과정이 마치 ‘주문을 만드는’ 과정 같았다고 비유하기도 한 톰 요크. 이제는 국내/국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모든 트랙이 공개되었으니, 일청하시기를 권합니다. 아직 국내 개봉 예정은 없기에, 트레일러나 ‘77년 원작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