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임을 하지 않는 영국 래퍼”, “보기 드문 진정성이 담긴 데뷔 앨범의 주인공”, “2017 머큐리 프라이즈 후보” 등 로일 카너(Loyle Carner)를 수식하는 문장은 매우 많습니다. 그는 대표적인 콥(리버풀 서포터를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로일 카너는 리버풀의 팬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었다고 하네요.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에릭 칸토나(Eric Cantona)의 팬이었다고 합니다.
로일 카너는 어릴 적에는 ADHD와 난독증 때문에 고생했지만, 10대 때는 영화 <10,000 BC>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비록 작은 역할이었지만, 그걸 계기로 연기 공부에 집중하던 시기도 있었죠. 그러나 자신의 소중한 존재였던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인생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가 음악에 집중하는 건 그즈음이었습니다. 짧게 서술했지만, 그는 짧지만 나름대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고 그 이야기는 모두 첫 정규 앨범은 [Yesterday’s Gone]에 담겨 있습니다.
그라임을 듣고 랩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로일 카너이지만, 그에게 영향을 준 건 그라임뿐만 아니라 미국의 올드 스쿨 힙합이기도 합니다. 그 증거가 바로 첫 앨범이죠. 그래서 첫 앨범은 결코 가볍거나 흥미 위주로만 흘러가는 작품이 아닙니다. 진득한 깊이를 담고 있죠.
그는 2012년 엠에프 둠(MF Doom)이라는 미국 래퍼의 더블린 공연에 선 것이 대중 앞에 등장한 첫 번째 공식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이후 2013년 레지 스노우(Rejje Snow)의 “1992”라는 곡에 피쳐링을 선보였고, 이 곡은 마제스틱 캐주얼(Majestic Casual)에서도 소개되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여기에 자신의 EP인 [A Little Late]를 발표하고 조이 배대스(Joey Badass), 앳모스피어(Atmosphere), 나스(Nas) 등 굵직한 미국 래퍼들의 영국 투어에 참여했고 케이트 템페스트(Kate Tempest)와도 함께 공연했습니다. 그러던 중 곡 하나가 애플 광고에 쓰이며 좀 더 많은 대중의 주목을 받았죠.
그러나 로일 카너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2017년 1월에 발표한 자신의 첫 정규 앨범 [Yesterday’s Gone] 덕분입니다. 그는 앨범 발매 이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록 올드 스쿨 힙합의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지만, 그 안에는 영국 힙합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그 안에는 가족을 향한 사랑과 힘들었던 시간, 자신의 병력 등 앞서 말한 힘들었던 개인의 서사를 담아냅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시간으로 비롯된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막연한 긍정이 아니라, 힘든 시간을 겪은 이의 메시지인 만큼 더욱 빠르게 와닿는데요. 그런 로일 카너가 생각보다 빠르게 한국을 찾는다고 합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에 가시는 분들은 로일 카너의 공연을 꼭 체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