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의 트렌드는 패션과 마찬가지로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와 반복을 거듭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조로운 색상의 화이트나 블랙 스타일이 인기였다면 최근엔 부드럽고 따스한 자연 질감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부드러운 선을 이용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해 모던하고 심플한 북유럽 가구. 현재 끊임없이 새로운 북유럽 가구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고전적 가구의 대명사라 불리는 G-plan 없이는 이 모든 것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1943년 세계대전 중 영국에서의 가구는 배급제도 일환에 속했습니다. 주로 떡갈나무 또는 참나무 소재인 오크와 적갈색이 도는 열대산 나무인 마호가니 목재로 만든 단순한 디자인의 가구를 배급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1952년에는 배급 제도가 폐지되면서 가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E.Gomme의 디자이너들은 본격적으로 인테리어와 주거 환경에도 잘 어울릴만한 현대식 가구의 범위를 개척하기 시작합니다.
1950년대 당시 가구는 침대 전문점, 소파 전문점 등 한 가지의 가구만 취급하는 전문 숍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게 당연한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E.Gomme사는 파격적으로 부엌에서부터 거실의 쇼파를 거쳐 침실의 침대까지 일련된 가구를 판매하는 G-plan이란 브랜드를 발표해 가구 업계에 혁명을 가져옵니다.
G-plan은 1953년 오크 나무를 사용한 테이블, 의자, 소파 베드, 캐비닛 등 집 한 채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가구들로 구성된 Brandon Range란 첫 시리즈를 발표해 주부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합니다. 또한 1956년에는 거실만의 공간을 위한 테이블과 의자로 구성된 Tola&Black Range 시리즈를 발표합니다. 아프리카산의 이국적인 결이 특징인 암갈색 목재와 독특한 플레임으로 거실을 아득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로 조성이 가능해 인상적인 시리즈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1962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자를 만든 덴마크 디자이너 입 코포드 라르센을 영입해 G-plan Danish Range 시리즈를 발표합니다. 이 시리즈의 제품들은 섬세하고 우아한 디자인과 장인 정신이 집약된 디테일이 돋보이는 것으로부터 지금까지의 G-plan 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품질과 희소가치가 높은 시리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64년 G-plan은 디자인만큼이나 홍보도 획기적이었습니다. 당시 가구 업계 최초로 광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잡지를 비롯해 영화관에도 홍보를 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고객들의 믿음과 신뢰를 쌓기 위해 쇼룸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기 절정의 G-plan도 대량 생산 메이커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가구의 단가와 생산성 문제로 가구 시장을 선도하던 위치에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G-plan은 1987년 부진한 경영으로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빈티지 가구는 오늘날에도 세계적 컬렉터들 사이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 G-plan은 나무의 우수한 특성을 가구에 고스란히 담아냈으며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가구로서의 품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오래된 G-plan 가구를 현대의 대량 생산된 가구와 함께 섞어 놓아도 결코 어색하거나 동 떨어지지 않고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