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0월 2일, 런던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인 브라이튼에서는 더 후가 제작한 <콰트로페니아>의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폴리스의 보컬, 스팅도 있었습니다. 밴드로 데뷔로 했지만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배우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스팅은 이날 27번째 생일을 맞았음에도 아침부터 촬영장에 있었다고 합니다.
스팅은 오후 4시까지 촬영을 한 후에 다음 스케줄을 위해 바로 비행기를 타고 맨체스터에 있는 스튜디오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BBC의 인기 음악 프로그램 <올드 그레이 휘슬 테스트Old Gray Whistle Test>에 출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음악 방송으로 ‘신예 스타 등용문’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폴리스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스팅은 얼굴의 1/3을 가릴 정도로 큰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무대에 올랐습니다. 얼굴을 알리기 위해 모든 밴드들이 꺼려했던 선글라스를 스팅은 왜 낀 걸까요? 그건 바로 라이브에 오르기 직전 머리 세팅을 하다 헤어 스프레이가 눈으로 들어가 안구가 화상을 입어서였습니다. 다행히 녹음 스튜디오의 옆 건물에 안과가 있었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 조치가 이뤄졌지만, 눈은 여전히 빨갛게 충열이 됐던 것입니다.
결국 큰 선글라스 덕분에 충열된 눈은 가릴 수 있었지만 자꾸만 연주를 할 때 마다 신경쓰이는 선글라스 때문에 스팅은 매우 불안했으며, 라이브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모처럼의 기회를 만족스럽게 해내지 못한 스팅은 큰 실망을 안고 다시 브라이튼의 촬영 현장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스팅이 촬영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변해있었다고 합니다. 어젯밤 프로그램의 출연으로 폴리스의 존재가 영국 전역에 알려지게 되면서 거리에는 자신이 썼던 선글라스와 비슷한 모양의 선글라스를 착용한 청소년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스팅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하네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 이후 폴리스는 멋진 기회를 잡게 됩니다.
이때를 회상하며 스팅은 “어제까지와는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듬해 폴리스가 발표한 ‘Message In A Bottle’은 영국 첫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이것으로 폴리스의 상승세는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 스팅의 콘서트가 올림픽 경기장에서 있었었죠, 여전히 멋진 에이스의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스팅, 변함없이 그는 멋진 에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