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처럼 다시 살아나 차트를 뒤집은 영국의 록 밴드, 좀비스 The Zombies

1962년 로드 아전트를 중심으로 런던 교외의 세인트 알 반스에서 결성된 좀비스.
그들은 하트비트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게 되면서 데카 레코드와 계약 후,  1964년에 She’s Not There란 싱글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이 싱글은 영국 차트 12위를 기록하며 비틀즈, 롤링 스톤즈, 더 후, 킹크스 등과 함께 1960년대 브리티시 인베이전 물결을 타고 미국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1965년 1월 12일, NBC 방송의 훌라 발루Hullabaloo에 나타난 그들은 십대 소녀들의 행복한 비명 소리를 들으며 미국 차트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 그들은 재빨리 두 번째 싱글인 Tell Her No를 발표하는데, 자국인 영국에서는 42위를, 미국에서는 6위까지 차트에 오르게 됩니다. 이후 좀비스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장의 싱글을 발표하며 활동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반응이었습니다. 결국 로드 아전트는 1966년 밴드를 해체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상업성과 타협하고, 차트의 순위에만 의존했던 걸 깨달은 베이시스트 크리스 화이트는 로드 아전트를 설득하여 마지막 앨범을 만들기로 합니다.

이미 밴드 해체를 결심한 상태에서 그들은 상업적 결과에 대한 압박 없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시도하며 만들 수 있었고, 재즈를 좋아하는 로드 아젠트의 취향도 적극적으로 반영된 앨범 Odessey&Oracle를 발표합니다. 비틀즈에 이어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이 앨범은 영국 음악 중 사이키델릭팝&바로크팝 장르에 이정표를 세운 명반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앨범의 대표곡이라 불리는 Time Of The Season를 비롯해 수록 곡 모두 멜로디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매 당시에는 판매가 극히 저조했고, 이미 한물간 밴드라 부르는 음악계에 환멸을 느낀 그들은 앨범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히 해체합니다. 이 앨범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 당시 앨범 명은 Odyssey이었지만, 커버 아트를 담당했던 테리 쿼크의 잘못된 철자로 인해 Odessey로 정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 후로 꽤 시간이 흐른 1969년, 미국 CBS의 프로듀서 알 쿠퍼의 요청으로 Time Of The Season을 미국에서 싱글로 발매하게 됩니다. 이 곡은 발매 직후 2백만 장이 팔리게 되면서, 미국 차트 2위에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각 레코드 회사에서는 다시 좀비스의 재결합을 요청했지만, 안타깝게도 멤버 전원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가짜 좀비 밴드가 나타나 투어를 실시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후 이 곡은 2013년 에미넴의 Rhyme or Reason에서 샘플링으로 재창조되었습니다.

좀비스는 각자 자신의 길로 흩어졌지만, 로드 아전트는 자신의 이름을 딴 Argent란 밴드를 결성하고, 콜린 블런스톤은 솔로로 활동하다가 2004년 두 멤버가 합쳐 좀비스란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2012년, 2015년에 좀비스로 활동을 했던 그들은 지금도 매번 죽거나 되살아나고 있습니다.